랑데뷰 세라핀 로쉐

날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어

밀in 2020. 7. 29. 15:46

youtu.be/4SJAatu0ij8
Black Pearl - sunmi

앙 다문 맘이
그리도 힘없이 부서질 것 같아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그렇게 노력했건만, 무책임하게도 제 볼을 타고 내리는 자아 없는 투명한 것을 팔로 비벼내듯 닦아내곤 널 바라보았다. 눈을 곧게 마주하면서도, 저 눈에서도 만약 눈물이 흐른다면 분명히 보라색 액체가 타오르며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얽히는 시선이 너무나도 언니와 닮은 눈이었기에, 감춰뒀던 손목의 끈의 무게가 느껴졌다. 자신을 억죄고 옭아매는 그 눈빛, 그 말투. 다른 사람임이 분명한데 느껴지는 감정이 이리 같을 수 있을까. 턱 끝에서 막힌 듯 나오지 않는 감정의 이유를 설명하기엔, 아직도 자신이 이름으로 정의하지 못한 감정이다.

네 질문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빠르게 제 오른 손목에 걸린 실 팔찌를 가리듯 감쌌다. 놀라 더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는 눈에선 여러 고민이 스쳐 지나가는 듯 떨려왔고, 느릿하게 입을 떼어내었다.

" ....인정받으면, 제가 잘난 사람 같다는 기분이라도 드니까요. "

" 제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남들이 나를 보고, 칭찬하고. 웃으면. .......언니를 이긴 기분이 들어서, 그게 좋아서 그랬어요. 질문에 답이 됐나요, 블랑. "

"그리고... 날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말을 끝마치고, 네 시선을 피하듯 아래로 내렸다. 무언가 체념한 사람인 것처럼.